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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눈에여운

[CINE] 하얼빈 거사 전 7일, 안중근과 독립군의 시간 ▚ 영화 <하얼빈>

영화 &lt;하얼빈&gt;
올해 9월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갈라 프레젠테이션(Gala Presentations) 섹션 공식 초청으로 공개됐던 인터내셔널 포스터

HARBIN, 2024 
[감독] 우민호 [출연진]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3분 [등급] 15세 이상

 

뜬금없이 '갑자기 안중근 의사?'라는 질문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보니 국내 영화계에서 안 의사는 간헐적이어도 꽤나 성실(?)하게 등장해 왔네.


우선 평양 출신의 정기탁 감독은 1928년 안중근 의거를 소재로 잡은 <애국혼>이라는 영화로 중국 영화계에서 흥행몰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름은 현재 찾을 수 없다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안 의사를 다룬 작품은 정창화 감독으로 무려 1959년에 영화 <안중근>을 내놨다. 한참 뒤인 2004년에는 서세원 감독(당신이 연상하는 그분이 맞다)이 <도마 안중근>을 제작했고, 2014년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안중근, 천국에서의 1년>이라는 작품이 나오기도. 


이어 2년 전인 2022년에는 윤제균 감독이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했는데,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정성화를 그대로 안 의사 역할로 기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하얼빈>이 안 의사 의거 7일 전부터의 타임라인을 다시 되짚었다. 

영화 &lt;하얼빈&gt;
<하얼빈> 공식 스틸컷


안 그래도 올겨울 들어 체감온도가 가장 낮게 떨어진 날이었는데 작품 초반부터 북쪽 지역의 꽝꽝 얼어붙은 강얼음과 휘날리는 눈보라가 스크린을 꽉꽉 채워 극장 의자에 앉아서 보는 주제에 뼛속이 시렸다. 이후 전투씬은 검붉은 잔혹함과 전쟁 특유의 혼돈을 꽤나 길게 잡아 초반부터 혼자 진이 빠졌을 정도.


'영화를 보고 나니 안중근도 사람이었다'라는 평이 살짝 보이는데, 나는 안중근을 추종하는 파(?)가 왜 밑도 끝도 없이 안 의사를 따르는지 관련 근거를 전혀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영웅화시키려 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아 사격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었기 때문일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등박문을 그 짧은 순간에 찾아내 근거리에서 한 손으로 저격했다는 부분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 

 

아 갑자기 하나 더 떠오르는 건 '사람'에 대한 판단이 명확했다는 거? 의병부대를 이끌었던 안 의사는 "전투에서 사로잡은 일본군 포로를 죽이는 법은 없다"며 국제공법과 인도주의에 근거해 이들을 석방했고, 후에 이들의 기습공격을 받았는데 이 부분은 영화에서도 처참하게 그려졌을 정도.

 

다만 이토 히로부미는 이 원칙에서 깔끔하게 배제했다. 본인의 최종 재판에서 안 의사는 "통감으로서 한국에 온 이래 한국 인민을 죽이고 선제를 폐위시키고 현황제에 대하여는 자기 부하와 같이 압제하고 인민은 파리를 죽이듯 죽여버렸다"며 암살결행 배경과 동양평화론에 대해 구술했다는데 이 작품에서 이런 부분은 전혀 조명되지 않았....^^;;;

 

12월 24일에 개봉해서 이틀 만에 125만 명이 봤다는데, 천만이 넘을까? 지난해 겨울과 올봄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서울의 봄’과 ‘파묘’를 뛰어넘는 성적이라고는 함. 참고로 제작비는 300억 원이고 손익분기점은 650만 명이래. 아 물론 목표는 천만 잡았다고 함. 저는 살짝 820만 정도 찍어봅니당.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이요.


다만 영화 중간중간 너무나 지금에 딱 들어 맞춘 듯한 대사에는 뭔가 섬뜩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을 정도.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이토 히로부미)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안중근 의사) 

영화 &lt;하얼빈&gt;
<하얼빈> 공식 스틸컷

ps. 아참 출연진들 연기는 정말...'엄지 두개 번쩍'이 모자를 정도. 목소리와 말투 때문에 극 초반에는 현빈의 과거 작품들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 온전한 안중근이 보이기 시작했음. 다른 배우들은 어휴 말이 필요 없지 암요. (아무래도 혼외자스캔들 여파같은디) 하다못해 특별출연 크레딧에만 이름을 올린 정우성도 본인의 최대 연기역량을 끌어낸 역할이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였음. 

 
하얼빈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평점
8.7 (2024.12.24 개봉)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